Daily

à propos de ma vie

 

아주 오랜만에 작성하는 블로그 글이다. 예전 글들을 다시 보니, 그 때의 감성들 심각하게 오글거리지만 귀여우니까 그냥 둬본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생겼던 문과 감성으로 쓴 글들이라 ...
하여튼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꽤나 떨리는데, 심지어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글을 쓰려니 더 떨린다. 대학도 정시로 갔고, 회사도 자소서를 쓰고 간 경우는 아니라서 나의 삶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참으로 낯설다. 두근-두근-.

-

 

드라마 <로키>에서 각 개인이 정해진 삶에서 다른 선택을 할 때마다 뻗어져나오는 새로운 branch들을 시각화한 결과다. 나도 저 변종 중에 하나일까?

식당 메뉴, 카페 메뉴로 도전하는 것을 싫어하고, 갔던 여행지를 다시금 느끼는 걸 더 좋아하는 나다. 새로운 도전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이 글을 쓰려고 되새기다보니 변수의 연속으로 생각지 못한 반전의 순간들을 살아온 것 같다. 나 사실은 도전을 좋아할지도?

1. 이혜승이 말을 한다구 ?

어려서는 "차가운" 아이로 통했다. 친척들 조차, 이혜승이 말을 해?라고 할 정도로. 사진은 꽤나 귀엽지만(??), 야생너구리마냥 날카로웠다^^;
사실 차가운 게 아니고, 낯을 참 많이 가렸었다. 친구하고 싶다고 말 걸면 ㅇㅅㅇ... 어... 하고 말았던 나다. 이미 친한 친구 이외에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 ....

고등학교는 자율고를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출신 중학교에서 나 혼자 이화여고에 입학하게 된다. 이 또한 정말 나에겐 큰 도전이자 선택이었다. 중학생때, 이사를 가서도 전학생 인삿말을 하기가 싫어서 원래 살던 동네까지 버스타고 다녔기때문. 고등학교 첫 날,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말을 먼저 걸지않으면, 나 정말 친구 못사귀겠구나.. 라는 생각에 활발한 사람 행세(?)를 하며 지냈다. 그렇게 극I에서 E가 되었다.


2.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전공편.

공부하러 사라졌다가 공대인간이 되어 나타난 혜승

자율고 특성상 고등학교 1학년 때, 융합과학(?)을 배우지않고 화1 물1 지구과학1 등을 선택해서 반 배정이 이뤄졌다. 나는 이과형 인재라고 자부하며, 화1물1 반을 선택했고 처참히 탈탈 털린 후 2학년 때 문과로 도피했다. 살면서 했던 선택 중, 손에 꼽히는 실수랄까..ㅎ 하여튼 그렇게 중학생때부터 키워온 패션 MD의 길을 가기위한 준비를 했다. 그렇게 의류학과에 진학했고, 막상 다녀보니 재능의 영역이 너무 큰 인더스트리였다.(개인 의견임) 노력하고 공부해서 따라잡을 수 없는 어떤 벽을 느꼈고, 다른 industry의 MD를 해보려고 경영학과를 준비했다. (반수)

 

의류학과 재학 시절과 자퇴하던 날.

그러나 문과 수능은 참으로 각박했고 처참하게 망했고^^,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나는 컴퓨터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 접한 건 아니었던 것이, (물론 코딩을 한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신문물을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셨었다. 아이팟터치 1세대부터 맥북(흰둥이)까지 초등학생때부터 소유했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네트워크와 와이파이의 개념을 조금이나마 알았고, 인터넷을 모바일로 할 수 있다는 것, 어플이 뭔지, 앱스토어에서 어플 다운받아서 구경해보고 ui(라는 단어는 몰랐지만)가 별로네 뭐네 그러면서 보냈었다.
세상을 더 넓게 구경하라고 기회를 제공해주셨던 아버지 덕에, 21살이 되어서야 '어쩌면 나 컴퓨터랑 잘 맞겠는데?'라는 생각으로 무모하게 이과 수능에 도전했다. 그리고 숙대 컴퓨터과학전공 수석으로 입학한다. (하하. 수석, 자랑해도 되잖아요. 꽤나 멋진 나..) 턱없이 모자랐던 9개월동안 이과공부를 해보겠다고 도전했던 그 때의 내가 참 신기하다. 그 날의 그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3. ML engineer에서 ops업무를 하기까지... p;ㅜ

코드리뷰 컨셉으로 동기랑 찍은 사진. 킹받는다😏

그렇게 시작한 엔지니어의 길. 사실 나는 MD가 꿈이었으니까, 계속해서 관련 공부를 하고싶었고 내 스스로 찾은 합의점은 data science였다. 남들보다 2년이나 뒤쳐졌다고 생각해서, 1학년때부터 data science 커리어를 쌓기위한 공부를 해왔다. 그렇게 3학년 2학기에 만난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교수님. 교수님을 만나고, 아 대학수업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고, 시험을 보기위해 외우는 공부가 아닌 정말 이해하고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논문도 찾아보고 해외 영강의도 들어보고, 함께 수업듣는 학우들의 질문에도 답해주며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살았다.
나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데이터 분석가로서 석사과정을 밟고 싶었고, 그 이후로는 미국으로 박사를 가야겠다는 굳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취업 생각? 준비?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졸업학기를 앞두고 인턴을 제안받았고, machine learning engineer로서 6개월을 지냈다. 인턴이라고 업무에 차별을 두지않은 팀 리드와 동료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고, 내게는 분석보다는 엔지니어링이 더 맞는다는 걸 느꼈다. 처음으로 연구보다 산업체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정규직 오퍼를 주셔서 팀에 남았고 지금까지 열일하며 지내고 있다. 대학원이 아닌 회사를 선택한 것도 학부생 시절의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 뜬금없어 보이는 이 선택이 지금도 나는 꽤나 마음에 든다.

회사에서도 큰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ml engineer로 일을 하다가 팀이 커지면서 머신러닝쪽보다는 시스템쪽 업무 코드를 짜는 것이 더 즐거웠다. 더 깔끔하고 효율적인 코드를 고민하는 게 재밌었다. 내가 짰던 코드의 기능을 확장하게되어 몇 달 후에 다시 열어봤을 때, 내가 짠 코드가 만족스러울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하하. 그렇게 나는 배포시스템, DB관리 시스템 등을 짜며 지내고있고, 직무로는 devops 혹은 mlops라고 불리우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변화로 인해,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고 지금도 부족함을 느끼며 살고있다.

열심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