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필름 카메라 첫번째 롤: Fuji Quicksnap 400

2.hye.s 2019. 10. 31. 00:38

올해 늦겨울의 파리.

늦겨울의 날씨는 적당히 추웠다. 춥다가도 해가 들면 따뜻했다. 평소 얼굴 타는 것이 싫어 해를 피하는 나지만, 파리에서는 그 따뜻함을 외면하지 못했다. 햇빛을 찾아다녔다. 식당에 가서도 햇빛 드는 자리. 잠시 길가다 쉴때도 햇빛 드는 곳.  현실에 지친 나를 마치 햇빛이 두 팔벌려 안아주는 것 같았다. 햇살이 나를 위로했다. 해가 좋아졌다.

나를 감싸는 햇빛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 자연광에서 찍은 사진은 선명하게 나와서 좋고, 빛이 충분하지않아 어둡게 나온 사진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다. 


겨울의 파리는 쓸쓸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졌고, 정이 없는 듯 사람 냄새가 났다. 

여행 둘째 날 처음 타 본 트램. 우리와 똑같이 아침이 되어 등교 혹은 출근을 하는 이들이 트램에 올라탔다.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감상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 아닐까. 

필름카메라를 처음 써보기도 했고, 일회용 필름카메라의 특성상 현상 후에 실망스러운 사진들이 많았다. 이 컷은 여행을 시작하며 가장 처음으로 찍은 사진이며, 랜드마크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현지인인 척하며 발길닿는대로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이었다. 이 사진에 대한 기대가 컸고, 어둡게 현상된 사진에 실망을 했었다. 여행이 끝나고 8개월이 지난 현재, 이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참 마음에 든다. 트램의 생김새는 잘 보이지 않지만, 파리의 온기와 냉기가 동시에 담긴 것 같아서 참 좋다. 사람이 보이진 않지만 그들의 체온이 느껴지는 듯 해서 참 좋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

트램을 타고 도착한 곳은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10년만에 다시 본 금빛의 웅장한 건물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태양왕을 위해 희생되었을 수많은 백성들의 피땀눈물은 누가 알아주었을지, 그들이 일삼는 사치는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을 그 당시의 백성들의 심정은 어땠을지. 뭐 그런 것들이 느껴졌달까. '을'의 손을 들어주는 요즘이다. 나 또한 이 세상의 '을'이라서 인 것 같지만... 

일회용필카는 초점이 거의 안맞기때문에,,,,, 사진이 흐릿하지만 필름카메라의 멋과 맛이 아니겠는가?! ~ !?! 사진 자체의 기술적인 부분을 따지자면 0점에 수렴하겠지만 하하하하. . . . . 내 기억과 그 때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이기 때문에 나는 결과물이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 사진들로 엽서도 만든 것은 안비밀이다.

마치 덕수궁 경복궁 주변에 사람들이 살 듯, 이 동네도 사람들이 산다. 식당을 찾으러 가는 길에 또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교회도 있었고, 디자이너샵도 보았다. 참 예쁜 접시를 파는 곳도, 빵집도 보았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특히 좋았던 것은 조용한 골목에서 햇빛과 함께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독서를 하는 동네 주민의 모습이었다. 아가를 데리고 나와 작은 공원에서 산책하는 이들도 있었다.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내 기억 속엔 선명하다.

식당 거리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 길을 따라 식당들이 즐비한데, 가게 색감들이 제각각이라 알록달록한 것이 참 예뻤다. 그리고 유럽하면 떠오르는 건물들의 모습이 쭈욱 이어지니, 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한동안 내 핸드폰 배경화면을 독차지했던 내 최애 사진 중 하나. 이 사진또한 사진 기술력을 따지면 0점에 수렴한다. 그러나 내가 담고 싶은 부분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쩌면 더 아름답게 담겼다. 저녁에 버스를 기다리던 와중, 파리의 로망을 충족시켜주듯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졌다. 사진으로 담고싶은데, 필름카메라로 담길지는 모르겠지만 모험삼아 찍어는 보았다. 플래쉬를 터트려도 효과가 전혀 없었지만, 내 마음을 따스하게 녹인 하늘만큼은 잘 담긴 것 같다.

디즈니랜드의 저녁이다. 선명하게 보이던 달과 아빠 목마를 타고 풍선을 하늘 높이 들고있던 꼬마의 합작이다. 나의 모든 걱정을 잊게 하고 순수한 마음만을 갖게 해준 마법처럼 놀라운 디즈니랜드가 잘 드러나는 사진인 것 같다. 맑은 하늘에 투명하게 비친 달과 순수하게 웃음짓는 미키마우스. 너무 아름답다.


필름 카메라 첫 롤 모든 사진이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내 여행 감성은 충분히 담긴 것 같아 만족한다. 첫 번째 롤 치고 뭐 나쁘지않지 않나? 하는 생각..ㅎㅅㅎ 앞으로 내 카메라에 담길 아름다운 사진들이 벌써 기대되게 하는  첫 롤이다! ! ! ! ! !